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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포) 영화 The Sin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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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시만요! 2024. 4. 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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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결말에 다다를 때까진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결말에서 모든 힘을 잃어버려 아쉬운 영화


 2024년 4월 3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The Sin'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그것일 것이다.

'잠' 같은 뛰어난 공포 영화도 있지만 '옥수역 귀신'처럼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일 수 있는데 보러 가야 할까?

가뜩이나 표값이 천정부지처럼 샘솟는 세상에서 표값이 조금이라도 아깝지 않은 영화는 정말 적고, '치악산' 같은 영화도 많은 마당에 또다시 한국 공포 영화를 충분한 리뷰 없이 보기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The Sin은 '옥수역 귀신'이나 '치악산'보다는 되려 '잠'에 가깝다. 영화가 비슷하단 이야기가 아니라 못 만든 영화라기 보다는 잘 만든 영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 불안감과 긴장감, 불쾌함과 함꼐 오컬트적인 현상이 영화를 몰입하게 만든다.

 

 - 영화는 온통 불안과 긴장, 불쾌함으로 가득 차있다. 주인공 시영이 촬영장에 오기 전 겪은 일, 아이가 뜨거운 커피를 엎질렀지만 아이가 잠깐 멈췄다가 시영을 한 번 쳐다보고 떠나는 장면, 미터기도 찍지 않고 카드도 안 받으려는 택시기사, 촬영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갑자기 옥상에서 떨어지는 시체인형, 시영의 귀에 들리는 이상한 말과 소리와 환각들, 사고를 낼 뻔하고 책임 여부를 다투는 스태프들과 주연배우가 눈앞에 시체가 떨어져서 놀랐든 말든 임대료 때문에 일단 영화를 찍고 봐야 한다는 감독, 마땅한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상황 등 그 감정들을 잘 조성해낸다.

 

 특히 감독의 캐릭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까지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잡스러운 것들에 죽으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진 않지만, 감독과 같은 인물에 해코지를 당하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2. 빠른 전개, 급변하는 상황들, 쉴 새 없이 죽어가는 등장인물들

 

 - 공포 영화에서 사람이 죽지 않거나 다치지 않으면 지루해진다. 왜냐하면 그 어떤 공포스러운 것들이 튀어나와도 어차피 위험에 처하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상황이 급변하는 속도가 무척 흥미롭다. 대개 끔찍하게 지루한 영화들이잔뜩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점프스퀘어로 놀래키지만 정작 그 정체는 고양이나 바람에 덜컥이는 창문 소리 정도고 공포 크리처는 저 후반부에 튀어나오는 것과는 상반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들이라면 주인공과 동료들은 끈끈한 동료애로 서로와 서로를 지키며 난관을 헤쳐나가겠지만 이 영화는 달랐기 때문에 내겐 신선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동료애는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과 주위 등장인물들은 수치 없는 이기주의로 차있다. 보통은 자기 목숨 소중하다며 눈물을 짜거나 동료들이 자기 목숨 희생하겠다고 감동적인 대사를 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생색내기를 중요시 여기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죽어가는 속도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숨쉬듯이 죽어나가는데, 이렇게 빨리 죽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른 전멸로 향해간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은근한 도움을 줬던 것 같다.

 

 

3. 갑분좀비

 

 - 한국 공포 영화에서 가장 익숙한 존재는 귀신이고 그 다음이 악마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비가 튀어나온다. 그 부분이 그 자체만으로도 색달랐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좀비가 아니라 단숨에 사람을 죽이고 물어뜯고 좀비가 되게 만드는 부분이 공포 영화로서 사람을 조여오게 만들기 적절했던 것 같았다.

 

 물론 갑자기 좀비? 라는 생각이 몰입을 흐트릴 순 있겠지만, 그보다 이 좀비들로 연출되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이 가져다 주는 연출적 이점이 훨씬 커서 고작 물건 몇 개 끄적거리는 귀신 따위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4. 복면을 뒤집어 쓴 괴이한 사람들과 총

 

 - 이토록 많은 무장 인력이 등장했던 한국 공포 영화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몽둥이나 야구빠따 정도가 아니라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든 사람들이 말이다. 

 

 만약 좀비가 아니라 귀신 정도가 날뛰는 수준이었다면 총을 든 괴이한 사람들은 되려 영화에 많은 위화감을 조장했을 것이다. 총이 가져다 주는 안전함도 크고, 총이란 게 가져다 주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몰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한술 더 떠서 좀비가 튀어나왔고, 이 사태를 조장한 것으로 예상되거나 의심되는 인물들이 좀비에 맞서기 위해 총을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일처럼 보여져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애초에 좀비가 그런 의문을 다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5. 결말, 과연 어떻게 풀어내야 했을까?

 

 - 죄라는 제목과 중간중간 풀려진 복선은 주인공의 죄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설계된 지옥에 시영은 주인공으로 초대 받았고, 완벽하게 깔린 함정이 만들어진 데에는 주인공의 죄가 충분히 유력한 사유가 될 것이다.

 

 영화는 시영에 대한 비밀, 시영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비밀, 좀비, 복면 쓴 단체의 정체 등 많은 비밀을 한 번에 풀어나간다. 문제는 이 결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어떻게든 폐교를 탈출하려고 했던 시영은 결국 잡히고 폐교 강당 의자에 묶인다. 윤 회장은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며 원한을 표출한다. 그리고 시영의 정체에 대해 회상과 나레이션이 등장한다.

 

 우선 당황스러운 이유는 회상과 나레이션 때문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던 영화는 갑자기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가장 중요한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명백히 영화가 둘로 나뉘게 되는 부분이며 마치 해설편을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설명에 충실한다. 그 과정에서 여태껏 끈을 놓치지 않았던 영화의 긴장감과 불안이 해소된다. 그렇다 보니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정작 여태 쌓아놓은 것들을 너무 쉽게 풀어줘버린 감이 없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정작 그 비밀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서다. 시영이 저주로 사람을 모조리 죽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주변 친구부터 해대는 데, 그게 너무나 당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그게 당연한 세계관일수도 있고, 좀비도 뛰노는 마당에 마땅히 그런 세계관처럼 보일 수 있고, 결말에 이르러서 설명하겠다고 또 다른 긴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도 잘못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마법이 마법인 이유를 설명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니까.

 

 다만 시영 능력의 원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를 하기가 힘들어서, 그에 대해 편린적인 정보라도 더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6. 반전

 

- 영화는 대놓고 제목부터 반전을 예고한다. 죄는 누구의 죄인가? 주인공 시영은 왜 그런 악독한 함정에 빠졌으며, 그런 함정에 빠질만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그런지 정작 반전도 그리 놀랍지 않다. 모든 불안과 긴장이 이미 결말에서 해소가 되었고 뒤에 붙은 반전은 그다지 놀랍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말부의 그 느린 템포와 너무나 긴 회상과 나레이션이 문제지 않나 싶다.

 

 곡성의 반전과 결말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생각하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만족스럽기 힘들다.특히 그 반전 자체도 엄청나게 기발하거나 놀랍다고 느껴지지 않고, 애초에 반전 자체에 큰 파워를 투자한 것 같지도 않다. 그것보단 이 시영이란 악마가 어떤 악마인지 소개하는 데 큰 중점을 둔 것 처럼 느껴진다. 이 악마가 얼마나 가당찮은 일에 분노하고 하찮은 일로 사람을 죽이는 지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7. 그래서 볼만함?

 

- 이 시영이란 악마의 시리즈작 첫 번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시작인 것 같다. 빌런다운 개년이고 정말 예쁘다. 항상 그렇지만 영화가 아쉽다는 말은 어느 정도 잘 만들었기에 나오는 말이다. 옥수역 귀신이나 치악산 같은 영화를 보고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관 가서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고 사람들이 많이 봐서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다